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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마케팅의 변화
2022.03.11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활동이 넘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은 그것만의 강점을 살리며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하는 기업들은 무엇에 주목하고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마케팅의 변화를 살펴보고 앞으로 펼쳐질 기술과 결합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예측해 보고자 한다.
코로나19는 시간과 공간, 관계를 모두 바꾸어 놓은 경험이다. 마케팅 역시 급변의 물살을 타기 시작했음은 모두가 느낄 것이다. 오프라인이 강제적으로 제한되며 대부분의 마케팅 수단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지금, 눈에 띄는 마케팅을 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소셜데이터 상에서도 또렷하게 온라인으로 움직이는 소비자들이 보인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 그것도 수많은 정보와 광고 사이에서 눈에 띄는 온라인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 것일까.
동시에 브랜드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소비자들을 어떻게 오프라인 공간까지 끌고 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마케팅과 오프라인 마케팅의 변화를 살펴보고 기술과 결합한 앞으로의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예측해 보고자 한다.
기술을 통해 몰입을 높이는 경험 구축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들이다. 대다수의 오프라인 마케팅은 현장감이 주는 파워를 적절하게 이용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마케팅이 전환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도 이 현실감에서 오는 브랜드파워를 어떻게 모니터, 모바일 너머로 전달할 것인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브랜드는 새로운 IT 기술을 접목하는 쪽을 택한다. 특히 사람들이 집안에서도 제품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하는 마케팅이 눈에 띤다.
과거의 메타버스적 요소들, 즉 가상현실적인 요소들은 어떠한 공간에 들어가 한 번 체험하고 마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마치 놀이공원이나 복합쇼핑몰에서 할 수 있는 VR 놀이기구를 체험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한 번 경험하면 족한 일들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메타버스는 매일 만나는 플랫폼, 서비스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상에 있기에 이벤트성은 줄고 기술과 콘텐츠의 내용이 중요해졌다. 지금의 가상현실은 예전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하던 디테일과 정교함을 구현해 냄으로써 현실적이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의 영역을 더욱더 넓혀 준다.
데이터로 확인해도 ‘가상’은 현실세계와 가까워지고 있다. 2017년부터 4년간 ‘가상??’의 변화를 보면 ‘가상현실게임’, ‘가상체험’, ‘가상설정’과 같은 일회성 놀이 키워드들은 줄어들고 ‘가상사회’, ‘화상미팅용 가상배경’, ‘가상인플루언서’, ‘가상화폐’ 등 현실과 맞닿아 있는 키워드들이 상승하고 있다.
가상에 대한 관심은 2018년 비트코인을 필두로 가상화폐 붐이 일면서 확대되었지만 그럼에도 가상은 현실을 대체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상세계는 가장 현실과 맞닿아 있고 현실과 닮을 때 화제가 된다. 가상이 실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다양한 분야의 가상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은 뷰티와 패션계다. 디지털을 잘 활용하기로 정평이 난 구찌는 지난해 S/S 컬렉션 콘셉트 자체를 시청자가 컴퓨터를 직접 조작하며 스크린으로 구찌의 컬렉션을 구경하는 느낌으로 제작했다.
또한 앱으로 구찌 스니커즈를 바로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게 해 지속적으로 구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로블록스나 AR로만 신을 수 있는 가상 운동화를 11.99달러에 내놓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주목받은 것이 또 있다. 바로 AI 모델이다. 현재 국내에도 가상 인플루언서 개념의 ‘로지’와 ‘김래아’, 캐릭터성을 강조한 ‘아뽀키’ 등 다양한 AI 모델이 등장해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았다.
최신 기술의 집약체라 부를 수 있는 AI 모델은 사이버가수 ‘아담’을 알고 있는 예전 세대들에게는 조금 이상한 ‘가상인간’이겠지만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에게는 힙하고 예쁜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아 인식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머지않은 과거 ‘펭수’와 같은 캐릭터 커뮤니케이션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뚜렷한 세계관과 자아를 가진 AI 모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오프라인으로 오게 하는 마력
그렇다면 모든 마케팅은 온라인으로 가버렸는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사람들의 언어 속에서 핫플레이스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듯하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0년 줄어들었던 핫플레이스에 대한 언급량은 지난해 상반기 2019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외출에 대해 조금 주춤하는 것은 사실이다. 정말 마음에 드는, 가치 있는 프로모션이 아닌 이상 기업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마케팅에 기꺼이 방문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오프라인에 줄서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손에 잡히는 유형의 가치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갔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오히려 무형의 가치를 손에 잡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쇼메이커스가 진행하는 ‘BGZT 랩 바이 번개장터’의 예를 들어보면 온라인에서만 이루어지던 중고거래, 한정판 거래를 눈앞에 가져다 두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최근 리셀과 래플(Raffle)¹?로 화제가 되는 운동화 전문 공간을 만들어 화제가 되었다.
번개장터는 중고나라, 당근마켓에 비해 다소 인지도가 떨어졌지만 고가의 나이키 ‘조던’ 한정판을 만져보고 구입할 수 있는 오프라인 장터를 만들며 앱 설치, 사용 유도까지 이끌어 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 IT 전문 자회사인 현대IT&E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협업해 만든 무인 매장 ‘언커먼 스토어’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언커먼 스토어를 이용하려면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결제 카드도 등록해야 한다. 앱을 켜고 나오는 QR코드를 인식해야 들어가는 문이 열린다.
이 앱은 출입 절차 역할도 하지만 자동 결제를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커먼 스토어에 들어가서 물건을 들고 출구를 나오면 앱에 등록한 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물건을 가방에 넣거나 주머니에 넣고 와도 결제가 된다. 걸어서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미국 아마존고의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기술과 유사하다.
안에 비치된 상품들은 해외 과자나 음료 등 간단한 먹거리와 치약, 비누, 에코백, 스마트폰 케이스, 립밤 등 간단한 제품들이지만 최근 인기 있는 ‘최고심’ 캐릭터 제품 단독 입점과 같이 매장으로서의 접점도 넓혀 가고 있다.
그냥 들어가서 물건을 집어 나오면 내 카드에서 결제가 되는 미래 시스템. 이러한 기술 체험을 위해 연일 500명 이상이 앱에서 대기하며 매장에 방문하는 경험을 쌓아보고 있는 것이다.
유일무이한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대한 니즈
기술적인 측면만이 오프라인 경험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관계’는 정말로 나와 친밀한 사람으로 축소되었으며 나를 위한 시간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것은 좀 더 퀄리티 있고 좀 더 대접받으며 좀 더 유일무이한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대한 니즈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무형의 가치’는 다른 방향으로도 이어진다.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파인다이닝’의 언급은 해를 거듭해 증가하고 있다. 파인다이닝의 상승은 기술적인 새로운 경험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줄 수 있는 공간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급 음식보다는 ‘무언가를 누린다는 것, 대접받는다는 감각’은 Z세대의 소비에 핵심적인 동인이 되고 있다.
연말 시즌에만 반짝하던 파인다이닝 언급량의 지속적 증가는 코로나19 이후 프라이빗한 공간을 찾고 고급스러운 행위와 제품, 시간에 기꺼이 돈을 쓸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인다이닝의 높은 가격에는 서비스 가격이 포함되어 있다. 파인다이닝에 가면 평소 맛보기 힘든 귀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대접받을 수 있음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거기다 항상 대기 중인 종업원은 내 컵의 물이 비어 있는지, 음식의 온도는 적절한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재료는 없는지 하나하나 체크하며 나에게 맞춰 주고 적어도 식사 시간만큼은 지불한 가격만큼의 재화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핫플레이스들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생각보다 재미있는 공간들이 많이 주목을 받는다.
최근 뜨는 핫플레이스들을 구분하자면 아기자기한 구경거리의 연남동과 망원동, 테라스와 라운지에서 즐기는 파인다이닝의 청담과 도산공원, 새롭고 이국적인 경험을 즐기는 을지로, 성수동 그리고 더현대서울, 마지막으로 자연과 전통이 함께하는 부암동과 잠실권 정도로 나타난다. 이들은 다른 듯 비슷한 키워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자연’과 ‘개방감’이라는 요소는 모두에게 중요한 키워드로 보인다.
특히 ‘개방감’이라는 키워드는 모호하면서도 분명하다. 실내에서 느끼는 자연의 분위기와 가치라고 정의할 수도 있고 답답함의 해소라고 볼 수도 있다. ‘기분’이라는 무형 가치의 형상화인 것이다.
개방감이라는 키워드가 상승한 것뿐 아니라 개방감과 함께 언급되는 공간의 속성으로 ‘나무’, ‘햇빛’, ‘창가’가 떠올랐으며 ‘벽’, ‘천장’, ‘바닥’에 대한 순위는 감소하기도 했다. 신규로 진입한 연관어 ‘루프탑’과 올해 들어 탈락된 연관어 ‘지하’가 대조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제한된 벽으로 바깥과 구분되는 공간보다 사람들은 햇빛이 통하고 바깥이 보이는 창가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차박을 시도하고 폴딩 도어를 설치하는 이유 역시 이 개방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오프라인‘만’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은 사라졌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던 브랜드들도 모두 온라인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에는 정말 가치 중심의 마케팅만이 남고 실제 돈을 쓰는 소비는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어찌되었건 치열한 온라인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우리만의 특별한 경험’을 남겨주는 마케팅이다. 남들이 다 하니까 우리도 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와 제품에 정말 매칭되어 주요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기억과 경험을 남길 수 있는 마케팅을 신중하게 펼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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