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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경험의 시대 : 인지시키지 말고, 경험하게 하라

2024.03.25

“변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If we want everything to remain as it is, everything must change).”

저술가 토마시 디 람페두사(Tomasi di Lampedusa)가 이야기한 이 말만큼 지금의 브랜드 관리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을 잘 설명한 문장을 없을 듯하다. 과거의 브랜드 관리, 즉 브랜딩(Branding)이 기업이 만든 로고, 심벌, 디자인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의 총체적인 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리하면서 기업이 경쟁사의 제품과 자사 제품을 차별화하는 힘을 키워 나가는 관리의 영역이었다면, 디지털 전환 시대의 브랜드 관리 방향은 점차적으로 고객과의 소통으로 나아가고 있다.

관리보다 소통에 방점을 찍다 보니 이제는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원한다면 그에 대한 맞춤형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열렸다. 대한제분이 젊은 2030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해 자신들의 ‘곰표’ 브랜드를 딴 맥주 제품을 만들어 색다른 경험을 준 것이 대표적이다.

브랜딩 전략은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들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속에 긍정적이고 차별적인 인식들을 심어 나가는 전략적인 과정이다. 최근 들어 일방향적인 브랜드 이미지 전달이 아니라 쌍방향적인 소통에 방점을 찍는 브랜드 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브랜딩 전략의 모델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지금의 브랜딩 전략은 작게는 구체적인 ‘브랜드 콘셉트(Brand Concept)’를 잡는 것에서 시작하여,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 내러티브(Brand Narrative)’를 구성하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다채로운 방식으로 브랜드를 체험하게 하는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을 구성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는 애플의 방식

브랜드 콘셉트는 기업이 긴 세월 동안 유지해야 할, 흔들리지 않을, 변화하지 않을, 고객의 마음속에 심어주고 싶은 하나의 구체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좋은 브랜드 콘셉트 사례가 애플 아이팟의 성공이다.

애플이 MP3 플레이어 분야에 진출했을 때 이미 먼저 시장을 장악한 선두 브랜드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기존의 브랜드들이 기술에 집착할 때 애플은 명확한 브랜드 콘셉트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힘을 쏟는다. ‘주머니 속의 1000곡(1000 Songs in Your Pocket)’이라는 명확한 브랜드 콘셉트를 잡고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기기를 자유자재로 쉽게 다루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MP3란 이미지를 아이팟에 담아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또한 스타벅스가 ‘제3의 장소(집과 직장이나 학교 사이에서 편히 쉴 수 있는)’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통해 고객에게 다가가는 데 성공한 것처럼 명확하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진 브랜드 콘셉트를 잡아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이 콘셉트를 어떠한 스토리에 담아서 전달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여기서 브랜드 내러티브가 그 역할을 한다. 고객이 보다 구체적으로 콘셉트를 이해하고 머릿속에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서사(스토리) 형태로 메시지를 구성해서 전달한다.

나아가 다소 일방향적인 브랜드 스토리만을 잘 구성해서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지금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힘들어지면서 등장한 것이 바로 브랜드 경험이다.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브랜드를 체험하고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에 애정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애플은 그들이 판매하는 전자기기들의 핵심 콘셉트를 고객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멋진 영상을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전에 보지 못한 브랜드 경험에 방점을 둔 ‘애플 스토어’라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만들었다.

2001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 스토어 1호점을 열 때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가 ‘팔려고 하기보다는 고객들이 다양한 제품들을 가지고 놀도록 만들자’였다. 매장 내에 비치된 모든 애플의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도록 했고 고객들이 애플 스토어에 있는 어떤 기기로든 본인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편하게 다 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 스토어는 ‘팔지 마라, 경험하게 하라’라는 미션 아래 철저하게 ‘방문한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자’라는 기조로 매장을 운영해 왔다. 판매원이 방문자들에게 억지로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기보다는 방문한 소비자들이 애플 매장에서 즐겁게 여러 가지 애플 제품들을 만져보고 이러한 경험들 속에서 애플 브랜드에 대해 애정(Attachment)을 느끼게 되도록 철저하게 매장을 운영해 왔다.

최근 애플이 물건을 판매하는 스토어(Store)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커뮤니티 공간 형태의 ‘스퀘어(Square)’ 개념으로 공간을 새롭게 소개하는 시도를 하는 이유도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경험을 통해서 보다 다채로운 브랜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간을 통해 드러나는 브랜드 콘셉트 ‘무지다움’

애플뿐만 아니라 주변을 살펴보면 브랜드 경험 전달을 위한 기업들의 혁신적인 시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無印良品, Muji) 역시 브랜드 고객 경험 전달을 위해 2019년에 땅값 비싼 일본 도쿄 긴자에 무지 호텔(Muji Hotel)을 오픈한다.

호텔은 무지의 플래그십 스토어 역할을 하는 매장의 6층에서부터 10층까지 위치해 있기에 호텔에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무지 브랜드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긴자에 있는 무지 호텔에 투숙하는 사람들은 하루 24시간 온종일 무지에 둘러싸여 무지가 만든 제품을 먹고 마시고, 무지가 큐레이션한 아트 작품을 보거나 책을 읽고, 무지의 제품으로 세안을 하고, 무지의 이불을 덮고 무지의 침대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총체적인 오감 자극 라이프 스타일 경험을 할 수 있다.

무지는 과거부터 좋은 브랜드 콘셉트를 가진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가나이 마사아키(Kanai Masaaki) 무지 회장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그들의 브랜드명 무인양품(無印良品) 자체가 ‘도장(브랜드)이 찍혀 있지 않은 좋은 제품’이라는 뜻이며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지 않는 브랜드가 되는 것을 ‘무지다움’의 핵심 속성으로 담고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과거의 무지가 이 ‘무지다움’이란 브랜드 콘셉트를 전달하기 위해서 제품의 디자인 특성과 브랜드의 스토리에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공간을 통해서 오감을 자극하는 브랜드 경험을 통해 이 무지다움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야흐로 브랜드 경험의 시대가 열렸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