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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과 브랜드의 미래

2021.12.10

플랫폼의 등장은 소비자에게 그리고 기업과 브랜드에게 과연 얼마나 이로울까. 글로벌 브랜드들은 왜 플랫폼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일까.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머무는 플랫폼에서 벗어나 개별 브랜드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플랫폼의 비밀과 이를 이기는 브랜드 전략을 살펴본다.

플랫폼의 첫 번째 비밀은 카탈로그다. 카탈로그는 동일 제품을 판매하는 복수의 판매자를 하나의 제품 페이지에 묶는 것을 말한다. 아마존이 처음 도입했고 쿠팡과 네이버가 이를 모방해 사용하고 있다.
카탈로그는 플랫폼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평가된다. 플랫폼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 매칭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동일하거나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자가 복수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플랫폼이 이런 경쟁 현상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는 데 있다. 즉 플랫폼은 낮은 수수료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많은 판매자를 끌어들인 후 그 안에서 경쟁하게 만든다. 플랫폼은 매치메이커가 아니라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에 가깝다. 게다가 판매자들이 신뢰도를 높이고 단골손님을 만드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카탈로그 안에서는 오로지 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따라서 이 안에서는 고객 신뢰를 쌓기도 어렵고 단골손님을 만들 수도 없다. 예컨대 아마존은 자체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다. 이것은 쿠팡과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리뷰도 판매자들에 대한 리뷰가 아니고 말 그대로 제품에 대한 리뷰다. 판매자는 바뀌어도 제품 리뷰는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플랫폼 입장에서는 더 싼 가격에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만 남게 된다.
사실 카탈로그는 판매자들의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판매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추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가격으로 정리된 것을 보면 고객도 가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물론 플랫폼 안에서 성공한 사업자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고 언제까지나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두 번째는 디지털 광고다.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73%가 검색 첫 화면 상단에 나타난 판매자를 그렇지 않은 판매자보다 더 신뢰했다. 소비자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아직 결정하지 않는 상태라면, 또 소비자들이 제품 간 차별성을 적게 인식하는 경우라면 검색 페이지 상단에 보이는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플랫폼은 광고 수익을 어떻게 올릴까. 아마존은 제품 검색 첫 화면에 광고비를 낸 제품을 보여준다. ‘스폰서드(Sponsored)’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네이버쇼핑도 마찬가지다. 네이버쇼핑은 ‘트렌드픽(Pick)’이라고 되어 있는데 요즘 트렌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광고료를 받고 제품을 노출하는 서비스다.

세 번째는 플랫폼의 파괴력이다. 우선 마케팅 기회를 박탈한다는 측면이 있다. 소비자의 의사결정 구조를 보면 온라인 플랫폼은 파괴력이 강하다. 즉 플랫폼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플랫폼 안에서 검색, 선택, 구매를 모두 할 수 있고 플랫폼을 돌아다니다가 니즈가 생겨 바로 구매하기도 한다. 그리고 하나의 플랫폼이 전체 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게 된다.
플랫폼이 가진 파괴력은 자체 브랜드를 통해 드러난다. 플랫폼은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를 통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의 종류와 특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또한 다른 판매자들보다 자체 브랜드를 더 많이 홍보하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는 플랫폼의 영향력이다. 플랫폼으로 인해 추락하는 브랜드가치를 봐야 한다. 물론 이것은 판매자의 브랜드가치가 추락한다는 의미다. 플랫폼은 브랜드의 가치가 내려가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브랜드가 독립하지 못할 것이고 플랫폼 자체 브랜드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플랫폼에 브랜드스토어를 구축하는 것은 이상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고객을 빼앗긴 유통업체들이 네이버쇼핑에 뛰어들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그리고 백화점도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플랫폼은 판매자 간의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일정 수준 이하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이벤트를 지속할 수 없다.
또한 플랫폼은 절대 1등 판매자를 키워 주지 않으며 온라인에서는 제품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어 유사 모방품이 등장하기 쉽다. 플랫폼은 판매자의 힘이 강해지는 것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판매자는 충성고객을 갖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플랫폼을 이기는 브랜드 전략

브랜드는 대체 가능성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플랫폼에 대항할 수 있는 전략은 시작부터 끝까지 브랜드 전략이어야 한다. PB제품의 매출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25%, 유럽에서는 40%가 넘는다. 이제는 PB 제품이 유명 브랜드 못지않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업자가 플랫폼 문제를 채널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인테리어 문제라고 생각하고 온라인 채널이 잘 안 되면 디자인을 변경하고 프로모션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채널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브랜드에 문제가 있어서이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문제를 인식하고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가 된 회사가 이미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2019년 11월 아마존과의 협력을 중단하고 지난해 9월 아마존에서 모든 제품을 빼버렸다. 하지만 이후 나이키의 매출은 오히려 82%나 증가했다. 버켄스탁과 이케아도 아마존을 떠났고 반스와 파타고니아는 처음부터 아마존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다. 현재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라면 한 번쯤 제고해 볼 만한 좋은 전략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