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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사회와 세대 통합 브랜드

2025.04.24

K-BPI 조사 결과에서 확인된 브랜드 경쟁력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대를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브랜드는 특정 세대를 타깃팅하는 것에서 나아가 세대 간 공통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중심으로 소통해야 한다. 세대 통합형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는 더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변화하는 인구 통계학적 환경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현재 우리는 격동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국내외 정치와 경제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극단적인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환경으로 변하면서 그야말로 불안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그것은 한국이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전환되었으며 향후 그 속도가 가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수 시장은 경제 활동 인구가 매년 조금씩 줄어드는 인구 오너스(보너스의 반대말) 시장이며 그야말로 레드오션이다.

저성장 경제 환경에서 최근 주목하는 소비층은 50세 이상 인구 집단이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로 늘어나는 인구 비중만큼 소비 시장에서도 이들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버’, ‘액티브 시니어’, ‘미들 시니어’, ‘신중년’, ‘뉴 시니어’, ‘그랜드 제너레이션(GG)’ 등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도 넘쳐난다.

현재 50~75세에 이르는 연령층을 GG로 필자는 정의하고 있다. 이는 1950~1964년 출생한 한국형 베이비붐 세대(1차 베이비붐 세대, Old Old)와 1965~1979년 출생한 X세대(2차 베이비붐 세대, Young Old)를 포함하여 최대 2100만 명에 이르는 한국 최대의 소비 집단이다.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지만 시장의 공급은 충분하지 않다. 민텔(Mintel)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식음료 제품 가운데 55세 이상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는 제품 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유통 및 F&B 제품이 MZ세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기업이 시니어를 정면으로 타깃 삼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약하고 보수적일 것이라는 오랜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제는 평균 수명 80세 플러스인 시대를 맞이하여 GG 소비자를 블루오션으로 보고 새로운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

첫째, 기업이 먼저 ‘노화’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갖고 이를 시니어 소비자에게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기간 ‘안티 에이징(AntiAging)’이라는 용어에는 부정적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기업이 관련 제품 마케팅을 할 때 ‘노화’를 되돌리거나 해결해야 할 바람직하지 않은 과정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만으로 ‘무력감을 주는 서사’는 소비자가 노화를 문제라고 인식하게 만든다. 노화를 보다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되 저속 노화를 유도하고 새로운 인생 설계를 지원하며 시니어 소비자가 장수와 웰빙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기업의 미션이 되어야 한다.

둘째, 시니어 소비자의 고통점(Pain Point)을 해결해 주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에 보다 주력할 필요가 있다. 영국 슈퍼마켓 체인 아스다(ASDA)는 장 건강, 뼈 건강, 피부 건강 등 특정 효능이 표시되는 상품을 개발했다. 시니어 소비자의 고통점을 해결해 주는 패키징의 PB를 출시하여 소비자 만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중해식 식사를 구현하는 지중해식 식물성 라사냐, 근육 건강을 위한 고단백 무스, 정신 건강을 위한 기능성 초콜릿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 테스코는 55세 이상 여성의 폐경기 고통을 최소화시켜 주는 폐경 친화 매대를 운영 중이다. 이 매대에는 비타민과 각종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스킨케어를 포함한 헬스케어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특히 폐경 친화 제품 홍보 단체인 젠엠(GenM)과 협업으로 운영하는데 ‘Mtick’ 로고를 부착하여 폐경 친화적인 제품을 강조함으로써 시니어 여성 고객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셋째, MZ세대에만 집중하는 마케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요즘은 고령층이 소비 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고령 소비자를 타깃팅하여 나이와 세대를 초월하는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 이제 마케터가 할 일은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공통된 가치를 강조하며 ‘나이를 초월한(Ageless)’ 브랜드, 나아가 ‘세대를 초월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이다.
즉 세대(그룹)가 아니라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브랜드 내러티브를 전환해야 한다. 소비자를 한 가상 세대의 일원이 아닌 개인으로 생각하라.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개인으로 대접받길 원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연령과 라이프스타일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소비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그 결과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나이를 불문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세대 구분에 갇히지 않고 세대를 연결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들더라도 제품이나 서비스가 관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령대의 요구를 충족하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

이제는 누구도 ‘나이에 맞는’ 뭔가를 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나이에 놀고 배우고 일하고 쉬고 싶어 할 뿐이다.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여러 세대가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의 선호와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내러티브를 전환하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지속될 수 있다.

세대 통합형 브랜드 전략

맥도날드는 기존의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이미지를 벗어나 ‘한국의 맛’ 캠페인을 통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로컬 마케팅을 전개했다. 진도 주민을 모델로 기용하고 ‘상생’의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ESG 감수성을 자극하는 CM송과 지역 농가 지원 메시지를 통해 MZ세대와 GG 모두에게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시니어 모델을 활용해 MZ세대가 좋아하는 유머 코드와 ‘할매니얼’ 콘셉트를 부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샤넬은 1910년 가브리엘 샤넬에 의해 탄생한 이후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한 감성과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글로벌 럭셔리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명품 브랜드의 주요 소비층인 4050세대뿐만 아니라 2030세대까지 아우르며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이 특징이다.
샤넬은 브랜드 철학으로 ‘자유로운 여성상’과 ‘여성 해방’을 강조하며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가치를 전달한다. 4050세대에게는 브랜드 헤리티지와 전통을 유지하며 오프라인 부티크 경험을 강화하고 2030세대에게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활용해 소셜미디어, AR·VR, 메타버스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마케팅을 선보인다. 이러한 세대 맞춤형 전략을 통해 샤넬은 전 세대의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럭셔리 브랜드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알바몬은 기존 젊은층 중심의 아르바이트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시니어도 알바할 수 있다’라는 주제로 광고를 제작하며 타깃층을 확대했다. Z세대의 유머 코드를 적극 반영하여 시니어층의 말투와 개그를 활용한 광고를 제작했다. ‘세대 간의 경계를 허문다’라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달해 기존 MZ세대뿐만 아니라 GG에게까지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해당 광고는 한 달 만에 조회수 700만 회를 돌파하며 전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정샘물뷰티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본연의 아름다움 추구를 반영한 ‘Find Youtiful(나다운 아름다움 찾기)’ 캠페인을 전개하며 세대 간의 공감을 형성하는 취향 중심의 마케팅을 선보였다. 기존의 획일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개성과 진정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2030세대는 ‘자기다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소비층이며 4050세대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정샘물뷰티는 캠페인을 통해 연령대와 상관없이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브랜드 철학을 전달했다.

하이네켄은 아일랜드 전통 펍을 ‘박물관’으로 전환해 단순한 주류 브랜드를 넘어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는 전통과 디지털 경험을 접목한 세대 공감 마케팅을 선보였다.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하여 MZ세대에게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 몰입도를 높였고 GG에게는 전통 펍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하며 오랜 역사와 헤리티지를 유지하려는 브랜드 철학을 전달했다. 단순한 주류 브랜드를 넘어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소비자와의 감성적인 연결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