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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발견력'을 디커플링하라

2020.10.28

코로나19로 인해 음식문화가 달라진 가운데 넥스트 노멀 시대에 어울리는 디커플링 전략으로 외식업계를 선도해 나가는 기업들이 있다. 음식 배달 앱과 SNS 리뷰를 결합해 전에 없던 서비스를 선보인 페이스북, 기내식 낭비를 줄이면서 수익 창출과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까지 보고 있는 루프트한자, 직원들의 서비스 파워를 사업화해 인재 파견 서비스를 시작한 와타미가 그들이다.

페이스북
전에 없던 음식 배달 인플루언서

GAFA 기업의 하나인 페이스북이 미국에서 출시한 서비스가 포스트 코로나의 뉴노멀 시대를 예견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바로 미국 페이스북 사이트에서 선보이고 있는 ‘오더 푸드(Order Food)’다.

오더 푸드는 페이스북 이용자가 앱을 사용해 주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언뜻 보면 우버이츠와 같은 음식 배달 앱과 다를 바 없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오더 푸드는 페이스북 사이트에서 음식을 주문받아 배달하도록 하는 앱이 아니라 기존 음식 배달 앱 및 식당의 주문 플랫폼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플랫폼 위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존의 배달 앱과 경쟁하는 대신 그들을 페이스북 내로 끌어왔다. 이트스트리트(EatStreet), 딜리버리닷컴(Delivery.com), 도어대시(DoorDash), 차우나우(ChowNow), 올로(Olo), 주플러(Zuppler), 슬라이스(Slice) 등이 오더 푸드에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잭인더박스, 파파존스, TGI 프라이데이스 같은 식당 체인들과도 손을 잡았다.

페이스북 가입자들은 개별 배달 앱을 검색하거나 식당에 일일이 전화해서 배달 주문을 할 필요가 없다. 페이스북에서 오더 푸드 옵션을 선택하면 자동적으로 하위 플랫폼인 배달 앱 혹은 식당 사이트로 주문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음식 배달+SNS 리뷰 앱 ‘오더 푸드’

게다가 페이스북의 오더 푸드 서비스에는 기존의 배달 앱과는 다른 확실한 이점이 있다. 그것은 주문할 음식점에 대한 평가를 페이스북 리뷰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지인들에게 메신저 등을 통해 즉시 물어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존 배달 앱의 리뷰를 볼 때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지는 데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오더 푸드 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용자들은 “왜 이 서비스가 지금 나왔지”라며 기쁨의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왜 지금에 와서야 이 서비스를 내놓은 것일까.

사실 페이스북은 그동안 사용자들의 수많은 정보를 분석해 왔다. 그리고 최근 인스타그램은 사진, 틱톡은 음악 및 댄스 영상 등으로 세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페이스북도 자신만의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의 관심사를 빅데이터를 통해 보다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푸드’라는 숨겨진 가치에 주목할 수 있었고 이를 디커플링해 오더 푸드를 만들어 냈다.

흔히 고객 가치사슬에서 이루어지는 디커플링의 전형적인 형태는 쇼루밍의 단계를 거친 후 디커플링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이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오더 푸드는 쇼루밍을 페이스북 내에서 리뷰를 통해 구현해 냄으로써 기존 디커플링의 정형성을 탈피했다.

이처럼 ‘페이스북=SNS 서비스’라는 사용자들과 배달 앱, 식당들의 뿌리깊은 고정관념 속에서도 내재된 잠재적 가치를 발견해 내는 데 성공한 페이스북은 오늘날 디커플링의 과정이 보다 더 다양해지고 복합적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페이스북은 배달 시장을 견인하는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나아가 인간이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 중의 하나인 ‘식(食)’에 관한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기회를 만듦으로써 이 데이터를 통해 다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루프트한자
기내식을 가정에서 맛보게 하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에 코로나19 쇼크 이후 여행의 꿈을 포기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실렸다.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에드워드라는 남성은 부모님과 함께 호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고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에드워드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LCC인 제트블루의 기내식 스낵을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그는 저가 항공사의 기내식이어서 맛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부모님에게 여행 기분을 조금이나마 맛보게 해드리고 싶어서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여행에 대한 갈망, 비행기를 타고 싶은 욕구가 증가하면서 최근 다양한 국가에서 기내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기내식 배달 서비스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한편으로 곤경에 처한 항공사의 수익을 조금이나마 창출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항공사가 바로 독일의 루프트한자다.

기내식 낭비 줄이면서 수익과 이미지도 제고

장거리 비행을 할 때 항공사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탑승자의 수보다 일정 비율 이상의 기내식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통 두 가지 메뉴 중 하나를 승객에게 고르게 하는데 어떤 메뉴가 얼마나 주문될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항공사 측에서는 정확하게 탑승자 수만큼 기내식을 준비할 수 없다.

당연히 항상 많은 양의 기내식이 비행이 끝난 후 폐기되는 상황이다. 루프트한자는 이러한 고질적인 기내식 낭비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고 그 결과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기내식이 가진 가치 요소를 디커플링한 지상 배달 서비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그런데 루프트한자가 처음 기내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을 때는 환영하기보다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더 많았다. 3만 5000피트 상공에서도 승객의 식욕을 돋우지 못하는 기내식 메뉴를 가지고 지상의 수많은 맛있는 배달 음식들과 경쟁해 이길 확률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러한 의견은 루프트한자 내부에서도 제기되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내식 배달 주문은 폭주했다. 이용 고객을 분석한 결과 주로 바쁜 샐러리맨들이 많았다. 아침에 1시간 이상 전철을 타고 교외에서 도심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이동 중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기내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전철 역이나 그 주변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도시락 메뉴가 많은데 왜 굳이 기내식일까.

이에 대해 이용자들은 메뉴의 다양함을 강점으로 꼽았다. 즉 루프트한자의 기내식은 채식주의자나 종교에 따라 식재료의 제약을 받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메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즈니스 클래스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지상에서 제공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루프트한자의 기내식 배달 서비스 담당자는 이 외에도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점을 찾아냈다. 건강상의 이유로 비행기를 타고 싶어도 타지 못하는 고령자들이 기내식으로 그 욕구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에 빠진 항공 분야에서 루프트한자의 기내식 서비스 디커플링 전략은 성공 여부를 떠나서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다른 항공사들이 승객이든 짐이든 무언가를 실어나르는 기존의 수익 창출 모델만으로 발버둥치는 시점에서 기내식 서비스라는 숨겨진 가치 요소를 기반으로 색다른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를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비즈니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뉴노멀 시대가 자리를 잡고 항공 운항이 일정 부문 정상화되면 그 비즈니스 모델은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고 가능성도 충분한 지적이다.

하지만 설사 루프트한자의 기내식 배달 서비스가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음식 낭비를 줄이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기업의 이윤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도 그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시도는 루프트한자의 기업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와타미
직원들을 디커플링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식업계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는 가운데 일본을 대표하는 이자카야 체인인 와타미도 그 여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긴급 사태 선언 이후 정부의 방침에 따라 영업 시간 단축 및 휴업을 단행해야 했던 것이다.

긴급 사태가 종료된 후 와타미는 의욕적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술자리를 그리워하던 고객들이 다시 찾아줄 것이란 기대는 어긋났다. 이처럼 예상 밖의 결과는 와타미가 도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창업자인 와타나베 미키 회장은 와타미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전략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때 참고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데 그것은 와타미가 예전에 진출했던 사업인 노인 요양시설의 운영이었다.

와타미는 2010년을 전후로 경영난에 빠진 전국의 노인 요양시설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노인 요양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 와타미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공을 들인 분야가 바로 요리였다. 즉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가치 요소인 요리를 디커플링해 요양시설에 담아낸 것이다.

실제로 이자카야의 요리를 요양시설의 식사 메뉴로 제공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마케팅한 덕분에 와타미의 요양시설은 ‘식사 하나는 뛰어나다’라는 평판을 얻어냈다. 맛있는 세 끼 식사를 제공하는 요양시설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고객의 마음을 흔들었고 요양시설 가입자 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이후 와타미는 와타나베 미키 회장이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하면서 구심력을 잃고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그가 정계를 은퇴하고 다시 와타미의 경영자로 복귀했을 때 이미 회사는 도산 직전이었다.

그러자 와타나베 미키 회장은 디커플링 전략으로 성공을 이루었던 노인 요양시설을 다른 회사에 매각해 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 자금을 가지고 재건을 도모할 즈음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와타나베 미키 회장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와타미에 내재된 가치, 즉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자카야 와타미에서 접객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훌륭한 서비스였다.

직원들의 서비스 파워를 사업화
와타미는 코로나19로 인해 이자카야 영업을 중지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이 직원들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했다.
그리고 뛰어난 서비스 노하우를 가진 인재들을 타 업종에 파견하는 회사 ‘와타미 에이전트’를 설립했다.

동종 기업들이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직원들을 해고하고 점포를 정리하는 가운데 와타미는 직원들에게 소득을 보장해 줄 방안을 모색했고 그들의 접객 서비스를 살릴 수 있는 소매업과 사회복지법인에 직원들을 파견하기 위해 인재 파견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와타미와 같은 외식업 분야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직원에 대한 인식은 자사 내의 점포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이들을 다른 가치 요소로 전환하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와타미는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내재된 가치를 발견하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직원들의 서비스 파워라는 가치 요소를 찾아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기업의 생존이 위태로워진 시점이야말로 절망의 타이밍이 아니라 진정한 숨겨진 가치를 찾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요리에서 아마추어리즘을 디커플링하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접촉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움직임 속에서 집에서 식사를 하는 횟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의 모든 주방을 식당으로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셰프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 ‘피스틀리(Feastly)’가 주목을 받고 있다. 피스틀리는 요리를 해주고 싶은 사람과 요리를 원하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피스틀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언뜻 출장 요리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피스틀리는 단순히 프로 셰프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커넥팅 서비스가 아니다. 요리를 업으로 하는 셰프라기보다 ‘요리를 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과 ‘가정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을 매칭해 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즉 피스틀리 비즈니스 모델의 골격 중 하나가 가정의 주방을 식당과 같은 공간으로 창출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요리를 제공하는 셰프가 가진 아마추어적인 요소를 새로운 가치로 디커플링해 냈다는 점이다.

결국 피스틀리는 고객 가치사슬에서 셰프의 탐색이란 영역을 디커플링해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요리를 하고 싶은 사람’을 후보군으로 설정해 고객들이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외식업에서 셰프의 후보로 거론될 만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요리를 잘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피스틀리는 바로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아마추어리즘의 재발견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