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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조찬회] 격변의 시대, 기본에 충실하라
2020.09.25
코로나19로 산업 각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혁신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격변하는 시대에도 기본을 지키고 사람을 배워 가는 과정은 여전히 중요하다. KMA가 주최한 최고경영자조찬회에서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기본에 충실한 기업의 성장 원리를,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사람과 협력하는 증강지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했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불황을 극복하는 멈춤 없는 성장의 원리
기업은 오르락내리락하며 성장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성장해 온 기업이 있다. 지난 15년간 끊임없이 매출액을 신장시키며 2018년에는 기업 이익 1조 원을 돌파한 곳, LG생활건강이다. 사실 생활용품으로 큰 수익을 내기 힘든데 LG생활건강의 성장세는 2005년 차석용 부회장이 취임하면서 큰 전환점을 맞았다.
차석용 부회장은 취임 후 임직원에게 끊임없이 브랜드 콘셉트를 고민하도록 지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브랜드 콘셉트는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랜드는 명사가 아닌 브랜딩(Branding)이란 동사로 부르는 것이 더 마땅하다는 것. 결국 브랜딩이 기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LG생활건강의 성장 비결은 철저하게 기본에 충실했다는 데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기본을 지킨다는 게 대단히 어렵다. 경영자 스스로 열린 리더로, 마케팅 전략가로, 매일의 일상을 칼같이 지키는 한 인간으로 서 있을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차석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에서 배울 만한 점이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내진 설계식 체질 개선과 잽 경영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끄떡없는 내진 설계를 하려면 고정된 부분을 최소화하고, 구조물 무게를 가볍게 하며, 지진 에너지를 분산해야 한다. LG생활건강은 내진 설계를 그대로 경영에 도입해 체질을 개선했다.
첫째, 고정비를 최소화했다. 불필요한 인원이나 매몰 비용을 줄인 것이다. 조직문화적인 고정비와 관련해서도 술자리, 담배 담화, 골프, 회식, 의전이 없는 5무(無) 경영을 하고 있다. 회의 자리 세팅에 신경 쓰지 않고 들어오는 대로 앉는가 하면 이메일 작성 시에도 인사말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시작한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이자는 것이다.
둘째, 소통을 간소화했다. 소통 단계를 부문장-팀장-팀원의 세 단계로 줄이고 필요하면 임원이 직접 팀원과 의사소통하는 일도 빈번하다.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계약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며 해외 출장 기간도 짧게 줄였다.
왜 이렇게 빨라야 할까. 차석용 부회장은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행동이 곧바로 따라와 줘야 빠른 결정이 빛을 발한다.”고 강조했다. 의사결정 시점과 실행 시점에 차이가 있으면 그사이에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고 빠지는 ‘잽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사업을 다각화했다. 모든 제품을 다 수익 모델로 만들면 실패하기 쉽다. LG생활건강도 포트폴리오 관리를 잘하는 기업 중 하나다. 회사는 업의 본질을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에 활력을 선사하는 사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생활용품(건강)과 화장품(아름다움), 음료(활력) 세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세발자전거론’에 따라 경영한다.
LG생활건강이 성장하게 된 또 하나의 핵심 배경은 M&A다. 지난 15년 동안 40여 건의 M&A를 성사시켰다. 보통 M&A는 대상을 선정하고 협상을 거친 후 접합 작업을 거쳐 성사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M&A를 할 수 있을까.
첫째, M&A 대상은 안정된 기반을 바탕으로 놀던 물 근처에서 선정해야 한다. 독일 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M&A 실패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M&A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 문어발식 확장도 철저히 경계해야 하며 M&A에 뛰어들기 전에 기준부터 정해야 한다.
둘째,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노하우를 갖춰야 한다. M&A는 위험 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기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CEO의 계산된 배짱이 필요하다. 또한 M&A는 될 듯하다가도 깨지는 일이 다반사다.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실성을 심어주고 계약서에 숨은 함정을 잘 간파해야 한다.
셋째,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이식해야 한다. 이때 실사팀의 역할이 성패를 좌우한다. 따라서 실사 과정에서 빨리 공감하고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두 회사를 한 몸처럼 접합하는 기간이 늘어지면 진행도 더디고 오해가 생기기 쉽다.
규칙적이고 치열한 일상의 시간
마케팅도 기업의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한 번도 서울에 가보지 않은 외국인에게 서울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보통 ‘도쿄 같은 곳’이라며 유사점을 알려준 뒤에 ‘그런데 도쿄보다 훨씬 다이내믹한 곳’이라고 차이점을 덧붙일 것이다. 이처럼 마케팅할 때는 익숙한 것에 유니크한 것을 더해 소비자들의 기억에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LG생활건강은 ‘후’라는 화장품을 출시하면서 ‘설화수 같은 한방 화장품인데 우리 제품은 궁중 한방’이라며 차이점을 더했다. ‘숨’의 경우에는 ‘SK-II 같은 발효 화장품인데 우리 제품은 자연발효 화장품’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 결과 이들 화장품은 LG생활건강의 효자 상품이 되었다.
“성공의 반은 죽을지 모른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비롯되고 실패의 반은 잘나가던 때의 향수에서 비롯된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는 차석용 회장은 늘 절박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산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성공은 경영자가 얼마나 멀리 보며 끊임없이 씨를 뿌리고 있는지, 얼마나 치열한 응축의 시간을 보내는지에 달렸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가혹한 미래, 증강지능 시대의 서막
지난 100년간 인간은 생산성을 10배 이상 향상해 왔다. 자동차를 만들어 더 작은 근육의 힘으로 더 멀리, 더 무거운 것을 들 수 있게 되었다. 전화기는 소통을 위한 도구를 넘어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협력할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100년 전 개 썰매를 끌고 남극을 탐험한 인류가 이제는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한국의 성장은 실로 대단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이 이제는 GDP 3만 달러를 넘으며 상위 10위 안에 드는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교실이나 사무실, 지적 노동 현장은 집기만 바뀌었을 뿐 10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어떤 산업과 기술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까. 제2의 구글과 아마존, 새로운 네이버가 만들어질 것인가. 수많은 미디어에서 언택트 시대의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증강 분석 기술을 꼽고 있다.
더 멀리 내다보면 50년 후 한국 사회에서는 노인층의 절반에 불과한 인구가 경제를 움직여야 한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노동시간은 지금보다 30~4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은 덜 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 단순히 생산성을 높인다고 유지될 수 있는 구조는 아닐 것이다. 결국 지적 노동의 자동화와 가상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100년이 인적 노동의 시대였다면 미래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될까.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까. 그렇진 않다고 본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협력하는 미래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평범한 사람이 아인슈타인보다 더 탁월한 지적 능력을 발휘하고 지적 노동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지식 증강 시대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사람과 협력하는 증강지능
인공지능의 정의는 한자어로 이해하는 게 더 쉬울 듯하다. 인공(人工), 즉 자연에 반대되며 원래부터 있지 않은 인간이 만든 그 무엇이 지식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다. 인공지능의 능력은 크게 지식 표현, 학습, 추론, 계획(의사결정)의 네 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특히 학습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1세대 AI가 인간의 좌뇌 영역에 해당하는 논리적 추론과 지식 표현에 집중했던 반면 알파고와 같은 2세대 AI는 우뇌와 관련된 패턴 감지와 인지, 학습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올해를 기점으로 하는 3세대 AI는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실체 중 하나가 바로 기계학습이다. 기계학습은 프로그래밍을 일일이 해주지 않아도 일반화된 개념과 데이터를 제공하면 문제 해결 패턴을 자동 학습하는 기술이다. 과거에는 사람의 경험을 통해 컴퓨터 코드를 만들었던 반면 연산 비용이 낮아지고 대규모 데이터가 만들어지면서 기계학습 기술이 발전했다. 그 중 더 많은 데이터와 더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딥러닝이다.
인간이 스몰데이터 러닝을 하는 반면 인공지능은 빅데이터 러닝을 한다. 따라서 기계에 학습용 빅데이터를 제공하면 기계학습 알고리즘에 의해 스스로 모델을 만들어 내고 예측 결과를 내놓는다. 환자의 발병 여부, 경기의 승패, 주식 구입 시기, 3년 내에 사고 발생 여부, 심지어 2050년까지 통일이 될지도 예측할 수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들을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과연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당분간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섯 살 아이도 개와 고양이를 구분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수십만 장의 사진으로 학습할 때만 가능하다. 또한 사람처럼 몸을 통한 학습과 인지를 하지 못하고 지극히 당연한 상식 추론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인간은 데이터로만 학습하지 않는데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뛰어넘을 방법은 아직 없다.
기계와 인간은 다르다. 기계는 기계답게, 인간은 인간답게 생각한다. 따라서 기계와 인간이 협력해야 한다. 상당 기간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이나 일자리를 대체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향후 인공지능은 설명 가능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사람과 기계의 협력적 학습을 하며 인간의 지적 능력을 증강하는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통한 다양한 혁신
현재 인공지능은 언어·음성 지능, 자율주행차와 같은 시각 지능, 예측 지능, 공간 지능, 운동 지능, 예술 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예술 지능 분야에서도 굉장히 진보해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으로 글을 쓰고 작곡할 정도로 발전했다.
인공지능의 사업적 기회는 무궁무진해서 모빌리티, 금융, 생명과학, 에너지, 국방·안전 등에서 인간과 기계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사업적 가치를 발휘하려면 비용과 품질, 속도를 보장해야 한다. 이때 한 가지만 탁월해서는 시장을 지배할 수 없다. 적어도 두 가지는 뛰어나야 경쟁력을 지닐 수 있으므로 그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향후 10~20년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여기에 두 가지가 더 있다. 하나는 편의, 즉 즐거움이다. NC소프트나 SM엔터테인먼트가 사업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것도 이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치는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스마트 시티, 스마트 농업, 스마트 환경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의 트랙터 회사 존디어는 자율주행 트랙터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농업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만 물이나 비료, 농약을 뿌리면서 비용을 줄이고 생산량을 늘린 것이다. 게다가 환경도 지킬 수 있었다. 인간이 할 수 없던 일이 인간과 기계의 협력을 통해 혁신된 셈이다.
현재 인공지능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하드웨어 혁신이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인간의 뇌를 닮은 뉴로모픽 칩이나 퀀텀 컴퓨터 등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첨단기술이 아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 이를 위한 적정 기술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가 상상했던 것이 10년 안에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 대해 배워 가는 과정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리더들이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혁신될지 상상할 수 있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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