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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블러 시대, 컬래버루션하라

2020.10.23

빅블러 세상이 열린다

우리는 편의를 위해 다양한 구분, 즉 경계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경계가 옅어질수록 편해지는 세상이 되고 있다. 처음 휴대폰이 나왔을 때는 단지 전화기라는 경계에 머물렀지만 누군가 나서서 컴퓨터의 경계를 넘본 덕분에 지금의 스마트폰은 더 큰 편의를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빅블러 시대, 기업들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더 큰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LG전자 올레드 TV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흔히 삼성전자의 QLED TV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범위를 조금만 넓히면 올레드 TV의 경쟁자는 삼성전자의 TV가 아닌 스마트폰 갤럭시가 된다. TV의 많은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체하면서 이미 거실에서 TV를 없앤 가정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투명 올레드 TV가 장착된 침대가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침대회사가 LG전자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관계의 변화는 여러 분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 1위를 차지한 건 쿠팡도 지마켓도 아닌 네이버였다. 네이버 쇼핑의 연간 거래액은 2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진다. 전자결제 시장에서 네이버페이의 영향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네이버가 포털 서비스가 아닌 국내 이커머스 대표 기업으로 불리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스타벅스는 은행업에 진출했다. 자체 주문 앱 ‘사이렌 오더’에 충전 기능을 추가해 업계 추정 약 20억 달러를 예치한 큰손에 등극하더니 2018년 10월에는 아르헨티나 은행 방코갈라시아와 파트너 계약을 맺고 아예 오프라인 은행 영업을 시작했다. 이밖에도 암호화폐를 통한 디지털 결제 실험을 진행하는 등 다방면에서 금융의 영역을 노크하고 있다.

금융이 IT를 활용하는 핀테크를 넘어 IT가 금융에 도전하는 테크핀은 이제 대세다. 특히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에 이어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증권업에도 진출했다. 삼성화재와 합작해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비즈니스의 경계가 뒤섞이는 빅블러 시대가 활짝 열렸다. 블러(Big Blur)란 사전적으로 ‘흐릿해지다’란 뜻으로 미래학자 스탠 데이비스와 언스트&영 경영혁신연구소의 크리스토퍼 메이어 소장이 ‘블러(Blur : The Speed of Change in the Connected Economy)’라는 저서에서 제시한 용어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기존에 존재하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저자들은 구매자와 판매자, 제품 및 서비스, 직원과 기업가를 구분하는 분명한 선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오늘날에는 이러한 블러 현상이 더욱 확대된 ‘빅블러’ 세상이 되었다. 책이 나온 1998년 당시보다 훨씬 더 급격한 변화가 비즈니스 환경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新 컬래버 열풍, 뭉쳐서 진격하라

이제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대박을 터트린다’는 비즈니스의 법칙 뒤에는 한 문장이 더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박은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

오늘 혁신적인 기술로 시장을 리드하는 기업이 6개월 뒤에도 여전히 리딩 기업으로 남아있으란 보장은 없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최고경영자 스캇 맥닐리는 “첨단기술의 수명은 매장에 진열된 바나나만큼이나 짧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시장의 주류가 이동하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도저히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되자 기업들은 서로 뭉쳐서 진격하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같은 업종에 속한 기업들끼리 또는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단순히 파트너십을 맺는 차원이 아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상대를 구분하지 않고 누구와도 함께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전방위적 협업, 즉 컬래버레이션이 늘고 있다. 그야말로 초연결 시대에 걸맞은 초협력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경쟁사와 컬래버레이션하는 협력적 경쟁(Coopetition)은 전면전을 피하려는 것 이상이 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타깃 고객 유치 등을 통해 비즈니스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을 이익으로 바꾸는 하나의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패스트푸드 업계의 가장 치열한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공동으로 펼친 캠페인은 패스트푸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던 소비자들마저 감동시켰다. 원래 맥도날드는 1년에 하루를 ‘맥해피데이(McHappy Day)’로 정해 대표 제품인 빅맥 1개가 판매될 때마다 소아암 자선단체에 2달러를 기부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맥해피데이에는 버거킹도 동참했다. 맥도날드처럼 자신의 대표 제품인 와퍼 판매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좋은 취지로 마련되는 맥도날드의 자선 이벤트를 지지하기 위해 ‘와퍼 없는 하루’라는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버거킹은 그날 하루만큼은 와퍼를 먹지 말고 기부를 위해 빅맥을 사먹으라고 장려했다.

버거킹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와퍼를 주문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은 대신 맥도날드로 가서 빅맥을 사먹으라는 황당한 권고를 들었다. 심지어 버거킹 직원들도 맥도날드에 가서 빅맥을 구입했다.

지난해 9월 포브스 기사에 따르면 라이벌과의 이러한 공동 작업은 이점이 단점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포브스는 한 연구 결과 협력적 경쟁이 3~5년 지속되었을 때 상호간에 회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확률이 50% 이상이었다고 보도했다.

경쟁의 의미가 무색해질 만큼 성역 없는 합종연횡은 가히 ‘컬래버루션(Collabolution)’이라 부를 만하다. 컬래버루션은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과 진화(Evolution)의 합성어로 빅블러 시대에 기업들이 동종은 물론 이종 산업 간에도 융복합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컬래버레이션의 진화, 컬래버루션

국내에서 컬래버루션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의외로 보수적인 금융 산업이다.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5월 MOU를 체결하고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 업무 제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부문에서만큼은 과당 경쟁을 지양하고 상호 협력함으로써 글로벌 금융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은 SK텔레콤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생활 금융 플랫폼 ‘핀크’를 출범하기도 했다. 핀크는 SK텔레콤의 빅데이터 분석 능력을 십분 활용해 은행 거래 외에도 인공지능 기반의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나생명과 제휴를 맺고 보험 진단 기능도 핀크 내에 탑재했다.

지난해 10월 탄생한 국내 최초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은 한화손해보험과 현대자동차, SK텔레콤의 합작품이다. 캐롯손해보험은 운행 데이터 측정 장치인 ‘캐롯 플러그’를 도입해 탄 만큼만 후불로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Per Mile) 자동차보험을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과 데이터 연동 협약을 맺고 현대차 및 기아차 일부 차종은 별도의 장치 없이도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SK텔레콤의 ICT 역량을 활용해 운전 습관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안전 운전 성향을 가진 고객들에게는 보험료 추가 할인 혜택을 주는 상품도 개발 중이다.

카드사들은 특정 유통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rivate Label Credit Card : PLCC)’를 잇달아 출시했다. 현대카드는 지마켓,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스마일카드’를, 신한카드는 홈플러스와 ‘마이 홈플러스 신한카드’를 내놓았다. 이들 카드는 다른 제휴 멤버십보다 10배 내외로 높은 포인트 적립률을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 분야에서도 다양한 컬래버루션이 이루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폭발적으로 성장한 음식 배달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배달 플랫폼 달리자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반찬류와 입점 식당의 즉석 요리를 인근 가정으로 배달해 주는 ‘식품관 배송 서비스’를 론칭한 것. 우선 강남점을 대상으로 시작한 후 점차 시행 점포를 확대할 예정이다.

오피스디포는 이마트24와 손잡고 오피스들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에 편의점과 사무용품점 컬래버 매장을 오픈했다. 기존의 여의도 점포를 확장 이전해 이마트24를 숍인숍 형태로 입점시켰는데 오피스디포 본사가 이마트24와 가맹 계약을 맺고 직접 편의점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매장 내에는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오피스디포 카운터 외에 비대면 결제가 가능한 셀프 계산대도 설치했다.

식품 유통 분야에서는 한국야쿠르트와 CJ제일제당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매니저와 하이프레시 온라인몰을 통해 CJ제일제당의 간편식 브랜드인 비비고 제품들을 판매하는 형태다. 이와 관련 한국야쿠르트는 밀키트 정기 배송 시스템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음 장에서는 성장이 정체되고 반면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오늘날, 최고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경계 없는 컬래버루션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빅블러 시대에 앞서 나가기 위한 힌트를 얻어 본다.

컬래버루션에서 미래를 찾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성역 없는 컬래버레이션을 펼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기업들이 있다. 자존심을 버리고 핀테크라는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시중은행들, 전방위 디지털 AI 동맹을 구축한 이동통신 빅 3, 이커머스의 대형 로켓 쿠팡에 대적할 만한 물류 협력을 체결한 유통업체들,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해 연합군을 결성한 완성차업체 등이 그들이다.

핀테크
자존심 버리고 적과의 동침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요즘 은행 산업만큼 이 말이 잘 들어맞는 곳이 있을까. 국내 시중은행들이 과거 경쟁자로 여기던 핀테크 업체들과 협업을 시작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핀테크 업체만이 제공하는 특화된 서비스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대면보다 비대면이 익숙하고 은행 지점보다 모바일 뱅킹이 편한 주로 MZ 세대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같은 제2금융권에서 카카오페이, 토스,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서비스들과의 연결을 시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들도 핀테크 업체와 연이어 업무 협약을 맺고 있다. 특히 핀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대출 한도 조회 서비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중은행과 핀테크의 ‘윈윈’

우리은행은 최근 카카오페이와 업무 협약을 맺고 카카오톡에서 제공하는 ‘내 대출 한도’ 서비스에 자사 상품을 포함시켰다. 이 서비스에 시중은행이 합류한 것은 우리은행이 7번째다. 이미 하나·한국씨티·SC제일·BNK부산·BNK경남·DGB대구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신한·NH농협은행도 카카오페이와의 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핀테크 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가 제공하는 ‘내게 맞는 대출 찾기’에는 총 10곳의 시중은행이 입점해 있다. 지난 8월 협력에 들어간 신한은행 외에 하나·우리·한국씨티·SC제일·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수협은행이 서비스를 공유하고 있다.

한편 NH농협은행은 카카오페이와 제휴 통장을 출시한 바 있다. 카카오페이를 이용하는 젊은 연령층을 신규 고객으로 유입하기 위해 그들에게 인기가 많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전용 통장을 개발했다.

‘NH×카카오페이통장’을 카카오페이 출금 계좌로 등록해 두면 미리 금액을 충전할 필요 없이 실시간 출금을 통해 간편 송금과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카카오페이 거래 횟수 또는 NH농협은행의 모바일 금융 플랫폼인 올원뱅크 월 평균 잔액에 따라 수수료 면제, 우대 금리 혜택 등도 제공했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자체 플랫폼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융 고객들을 늘리려는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점차 비대면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그러한 경향이 가속화되면서 고객 접점이 줄어들게 되자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특화된 서비스와 잘 닦아 놓은 플랫폼뿐 아니라 그것을 통해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고객층에 접촉하려는 전략이다.

시중은행과의 협업은 핀테크 업체들에게도 이점이 있다. 기존 디지털 고객층과는 다른 시중은행의 넓은 고객 기반을 활용할 수 있는 것. 새로운 고객들을 위해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를 함께 출시하고 공동 마케팅을 벌임으로써 비즈니스를 확장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AI
전방위 디지털 동맹 구축

코로나19가 불러온 미증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분야별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그 가운데 디지털 뉴딜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AI 생태계 강화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AI 동맹을 결성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세계 AI 시장은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에게는 장벽이 낮지 않다. 한국의 AI 기술력이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그들을 뛰어넘기 위해 국내 기업끼리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SKT·삼성·카카오 ‘초협력’ vs KT·LG ‘원팀’

올해 초 SK텔레콤은 카카오, 삼성전자와 AI 동맹을 맺고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먼저 카카오와는 지난해 11월부터 시너지 협의체를 구성해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국내 이동통신 업계 1위 SK텔레콤과 모바일 메신저플랫폼 시장의 절대강자 카카오의 협력은 세간의 큰 주목을 끌었다. SK텔레콤은 ‘누구’, 카카오는 ‘카카오i’라는 자체 AI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양사의 협력은 단순히 AI 스피커를 지원하는 범위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올해 2월 카카오 경영 실적 설명회에서는 양사가 커머스, 콘텐츠, 모빌리티 등에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업적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AI는 이용자 경험을 증대하는 측면에서 활용할 것이란 계획이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 전시회 ‘CES 2020’에서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AI 관련 협업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AI 스피커와 삼성전자의 홈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갤럭시 버즈 이어폰 등을 연동하는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로써 SK텔레콤과 카카오, 삼성전자라는 각 업계를 대표하는 1인자들의 거대 AI 동맹이 탄생했다.

지난 6월에는 이들 3사의 AI 초협력에 맞서는 또 다른 AI 동맹 결성 소식이 전해졌다. 기존에 KT가 현대중공업그룹, 카이스트,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산학연 협의체로 운영해 오던 ‘AI 원팀’에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 LG전자는 ‘대한민국 인공지능(AI) 1등 국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AI 국가 경쟁력 향상뿐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사회 이슈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원팀은 각 기업과 기관이 AI 핵심 인력이 참여하는 ‘AI 구루 그룹’을 구성하고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현안 발굴 및 해결 방안 모색을 진행 중이다. 또한 AI 인재 양성과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 AI 동맹의 결성은 올해 AI 관련 시장이 국내에서만 업계 추산 최대 2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보다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라 할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관점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끼리 손을 잡음으로써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 연구개발을 강화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송
자체 배송 맞먹는 물류 협력

쿠팡이 이커머스 업계에서 핫한 기업이 된 결정적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자체 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이다. ‘쿠팡맨’들이 밤낮없이 성실하게 소비자의 문앞을 다녀간 덕분에 쿠팡이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자체 배송 시스템을 갖춘 쿠팡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출이 아닌 영업이익 면에서 보면 낙제점이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은 2018년 대비 64.2% 증가한 7조 1531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 손실이 7205억 원으로 적자였다. 2018년 1조 1280억 원보다 적자액이 36.1% 줄어들긴 했어도 누적 적자가 3조 7210억 원에 달하는 ‘만년 적자’ 기업이다.

쿠팡이 이런 오명을 쓰게 된 데 있어 물류 부분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분석이 많다. 물류를 직접하는 쿠팡은 실제로 상품 직매입과 자체 물류센터 운영 등에서 막대한 비용이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룸버그 등 해외 언론으로부터 쿠팡이 내년에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지속적인 물류 시스템 효율화와 구매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수익성 개선을 이뤄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로켓 배송을 무기로 소비자를 사로잡은 쿠팡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 국내 유통 업체들도 물류업체와의 배송 관련 협업을 통해 배송 효율화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G마켓과 옥션, 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CJ대한통운이 만든 ‘스마일배송’ 서비스다.

이커머스는 주문만 받고 배송은 물류가 전담

이베이코리아는 쿠팡처럼 상품 직매입을 하지는 않지만 판매자의 상품들을 보관부터 주문 처리, 포장, 배송, 고객 응대까지 모두 대행해 주고 있다. 소비자가 평일 오후 8시 이전에 주문한 상품은 다음날 바로 배송해 준다. 이를 위해 이베이코리아는 동탄에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CJ대한통운에 물류센터 운영을 맡겼다.

상품의 원활한 입·출고, 재고 관리 등을 위한 물류 시스템은 이베이코리아가 자체 개발했다. CJ대한통운은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물류 단계를 전담한다.

신세계의 SSG닷컴은 일 최대 13만 건에 달하는 ‘쓱(SSG)배송’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등과 함께하고 있다. 협력 업체가 여러 곳인 이유는 자체 구축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의 위치에 따라 배송업체를 달리했기 때문이다. 현재 네오는 용인 1곳, 김포 2곳 등 총 3곳에 마련되어 있으며 앞으로 전국 11개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범 롯데가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협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온 등이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물류를 맡겼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역시 롯데 계열사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가맹점들의 물류 및 택배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 7월 백화점 업계 최초로 새벽 배송 서비스에 뛰어든 현대백화점은 현대자동차의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손을 잡았다. 전날 오후 11시까지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에서 주문하면 현대백화점 식품관의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현대글로비스가 다음날 새벽에 배송해 준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 외에 다른 현대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진다. 현대백화점과의 협업을 위해 현대글로비스는 김포시에 물류센터를 임차했으며 상품 입고부터 포장, 배송에 이르기까지 물류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이처럼 이커머스 업계가 ‘배송’에 목을 메는 것은 과거 가격 경쟁력이나 상품 구색에 의해 성패가 갈리던 것과 달리 이제는 얼마나 신속하고 안전하게 상품을 전달하느냐에 소비자들이 더 큰 가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류 부문은 쿠팡의 경우에서도 보듯 사업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운영 과정에서도 인건비, 물류센터 관리비 등 지출이 큰 편이어서 유통업체들이 자체 배송 여력을 갖기가 쉽지 않다.

반면 이미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춘 물류업체와 협업한다면 손쉽게 배송 속도와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소비가 확산되며 배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커머스를 비롯한 유통업계와 물류업계의 협업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모빌리티
포스트 반도체 미래차 연합군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연합군 결성이 활발하다.

지난 8월 토요타자동차 미국 법인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인 아마존웹서비스와 함께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요한 주행 정보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토요타가 전 세계에서 판매한 차량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아마존웹서비스가 관리하는 식이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이에 앞서 독일 폭스바겐과 클라우드 기반 온라인 자동차·모빌리티 포털 구축 협약도 맺었다.

토요타는 지난해 소프트뱅크와 공동 출자해 ‘모넷 테크놀로지’를 설립하고 자율주행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도 추진 중이다. 현재 혼다, 이스즈 등 기업과 각 지방자치단체까지 약 600여 개의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과 관련한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지는 이유는 미래차 시장에서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는 테슬라에 대항하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서로의 기술과 역량을 합침으로써 자원과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시장 경쟁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미래차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기업 간 협력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인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만남이었다.

현대차 중심 ‘미래차 K-동맹’ 결성

지난 7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월에 이어 2번째 회동을 갖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와 관련해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그동안 거래가 거의 없던 두 회사의 총수들이 두 달 사이에 두 번이나 만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아직 뚜렷한 협력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양사 간에 접점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정의선 부회장 취임 후 ‘올인’한다고 할 만큼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삼성전자는 반도체 중심 전장 부품을 4대 신성장 사업으로 정하고 역점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2025 전략’을 공개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현대차는 삼성전자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과 미래차 관련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버와는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한편 개인용 비행체(PAV)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세계 3위 업체인 미국의 앱티브와 합작 법인 ‘모셔널’도 설립했다. 모셔널은 2022년까지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로보 택시’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서는 미국의 인텔, 엔비디아와 협업하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SK이노베이션과도 손을 잡았다. 정의선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첫 회동을 갖고 전기차 배터리 판매, 관리, 재사용 및 재활용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협력 계획을 밝혔다.

이후 양사는 실무 책임자가 만나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도출했다. 현재 현대차의 전기차 ‘ ’에 탑재되는 배터리팩을 수거해 검증하는 실증 협력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미래차 K-동맹’ 결성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특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테슬라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래차 경쟁에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포함한 첨단 부품 업체들의 협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순혈주의’를 중시하던 현대차가 외부와의 교류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란 분석이다.

68살 곰표의 변신, 인지도·매출↑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이 식음료, 화장품, 의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진행한 B2C 컬래버레이션이 뉴트로 열풍을 타고 성공을 거두면서 기업 인지도 상승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녹색 바탕에 투박한 흰색 글씨로 쓰인 ‘곰표’ 로고가 들어간 제품들은 이제 의류는 물론 맥주, 치약, 화장품, 스낵류 등 우리 생활 곳곳에 침투해 있다.

가장 먼저 컬래버를 진행한 곳은 빅사이즈 의류 전문업체 4XR이다. 한 연예인의 공항 패션에서 곰표 브랜드를 무단 도용한 티셔츠가 공개되었는데 그 옷을 만든 업체가 다름 아닌 4XR이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상품권 침해에 제동을 걸었겠지만 대한제분은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보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4XR과 본격적인 협업을 진행함으로써 70년 가까이 된 곰표 브랜드를 요즘 젊은이들의 관심사 전면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올해 편의점 CU와 협업한 수제 맥주 ‘곰표 밀맥주’는 완판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출시 3일 만에 초도 생산 물량 10만 개가 모두 팔렸으며 출시 1주일 동안 무려 30만 개를 판매하며 맥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천연화장품 브랜드 스와니코코와는 누적 20만 개가 판매된 곰표 쿠션팩트, 선크림, 핸드크림 등에 이어 최근 ‘곰표 클렌징 팩폼’이라는 신제품도 출시했다. 스와니코코는 곰표 브랜드와의 이색 협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으며 본격적인 리테일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한편 대한제분의 매출은 2017년 8108억 원, 2018년 8646억 원, 지난해 9339억 원으로 성장세다. 올해는 매출 1조 원 돌파도 넘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곰표 상품권이 대한제분 매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곰표 브랜드를 각인시킴으로써 대한제분의 전반적인 매출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B2B 기업이던 대한제분이 B2C 진출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방향성을 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성공적인 컬래버루션을 위한 Tip

‘낯선 사람 효과’라는 책이 있다. 리처드 코치와 그렉 록우드라는 기업 투자가들이 쓴 이 책에서는 “낯선 사람이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고 말한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조금 낯설지만 기업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이 있는데 오늘날에는 바로 ‘협업’이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과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부터 성공 협업의 팁들을 들어보았다.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디지털 시대에서의 협업은 판을 뒤엎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다.” 윌리엄 브래튼 크롤 이사회 의장과 재커리 튜민 하버드 정책대학원 부학장이 공저한 ‘콜라보!!’에서는 이렇게 강조하며 조직 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해내는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협업이라고 말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최근 기업 간 협업의 양상이 다양해지고 활발해지는 것은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부분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대해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먼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기존 기업들의 비즈니스 영역이 확장된 것이 ‘하이퍼 코피티션(Hyper-Coopetition)’의 필요성을 높였다고 말한다.

컬래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장균 수석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테크 스타트업의 등장 등으로 인해 기존에 시장 헤게머니를 주도하던 최종 제조업체는 ICT 기반 플랫폼의 공급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면서 “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 제조업체도 솔루션, 즉 ‘고객의 구매뿐 아니라 이용과 관련된 니즈를 해소해 주는 제품’을 판매하는 서비스 중심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플랫폼 기업들도 기존에는 단일 서비스만 제공하면 되었지만 요즘은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포털 서비스가 상거래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없었던 기능까지 확보해야 하는 세상이다 보니 협력을 하지 않고서는 대응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이퍼 코피티션을 필요로 하는 디지털과 친환경 흐름이 코로나19로 비대면이 강화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변혁이 빠른 만큼 시장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우군을 많이 늘려야 하기 때문에 과거 동업종에서 주로 이루어지던 협업이 이제는 이업종 간, 국가 간에도 왕성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는 “기존의 협력이 대학과 기업, 공공기관과 기업 간의 우호적 관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 최근에는 적대적 관계였던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공동 전선을 구축하며 공생을 도모하는 협력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산업이나 공고했던 기존 영역을 전혀 다른 산업에 속한 혁신 기업들이 침범해서 파괴하는 만큼 이에 대응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경계선을 대폭 넓혀서 경쟁자, 동종업계가 아닌 전혀 다른 이종 산업 기업들과 공생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산업의 경쟁 환경,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건 기술의 발달과도 관련 있다”며 “특히 플랫폼 기업이 업계의 패러다임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보완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카카오 등은 콘텐츠, 기술의 실험과 융합을 시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기에 다양한 기업들의 협업 제의 요청을 꾸준히 받고 있다는 것.

이어 “결국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과 그 플랫폼 내에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구축하는 기업들의 연합 전선은 생태계 구축이라는 면에서도 효과적이고 다양한 기업들을 집적시켜 전방위적으로 각 분야 산업의 트렌드에 대한 정보와 기술을 축적할 수 있어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에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성공의 관건은 시너지와 신뢰

그렇다면 이처럼 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기업들은 무엇을 염두에 두고 컬래버레이션을 시작해야 할까.

이장균 수석은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가’를 먼저 검토하라고 조언했다. 실패로 돌아가는 협업의 사례들을 보면 서로 겹치는 사업끼리 제휴하는 등 시너지가 생기지 않는 부분에서 추진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권상집 교수는 무엇보다도 ‘기업 간의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조직 이론 중 유명한 네트워크 이론에 대해 언급하며 “기업 간의 네트워크 구축이 파급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서로 배신하지 않아야 한다. 성공적인 협업은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반대로 “단기 이익과 자사의 성과를 우선한다면 협업의 효과도 반감시키고 협업을 실패로 이끄는 지름길이 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신뢰를 구축하지 않고 협업을 통해 상대의 정보와 기술을 확보하는 데만 초점을 둔다면 단기 이익은 거둘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생태계에서 배제되어 고립을 자초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다.

한편 이장균 수석은 “기업 간 협업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 또한 성공적 협업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우리나라는 대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하기 위해서 또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협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기존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향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들은 마지막으로 다양한 위기가 공존하는 오늘날,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경계를 무너뜨려야 생존할 수 있는 우리 기업의 경영자들을 위한 당부도 덧붙였다.

권상집 교수는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진다는 건 동종 업계 이외 이종 산업에서 언제든지 경쟁자가 등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따라서 “폐쇄적 관점이 아닌 개방적인 관점에서 협력 및 우호적 관계를 추진해야만 업계 내 고착화된 전략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다양한 교훈과 시사점을 학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불확실성이 한층 더 커졌다는 점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 및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자 혼자 모든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만큼 조직이 갖고 있는 집단 지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장균 수석은 “경영자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여전히 적지 않다”고 토로하며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R&D나 기술 개발 지원 환경을 조성하고 하이퍼 코피티션을 가로막는 규제 또한 완화해 주어야만 ‘크고 강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제언했다.